태평양 한가운데,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저 지형인 마리아나 해구에서는 수십 년간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한 소리가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비명’처럼 들리는 심연의 음향은 단순한 해양 현상을 넘어선 미지의 신호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마리아나 해구 심연의 기묘한 소리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가설, 그리고 실제 관측 기록을 정리합니다.
마리아나 해구와 심연의 음향 현상
마리아나 해구는 최대 깊이 약 11,000m로, 인류가 직접 도달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이 깊은 해저에서 관측된 소리는 종종 자연적 기원으로 설명되지만, 일부는 기존 해양학적 지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집니다. 1960년대부터 미 해군과 해양학자들은 해저 청음기를 통해 저주파·고주파가 혼합된 신호를 여러 차례 기록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마치 사람의 비명처럼 길게 끌리는 파형을 보이며, 약 3~5초간 지속된 후 서서히 사라집니다. 이러한 소리는 주로 겨울과 봄 사이에 자주 포착되는데, 계절 변화에 따른 해류·기압·지진 활동이 관련될 수 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지진음과 달리, 주파수 변동 폭이 크고 일정한 리듬을 가진 경우가 있어 ‘생물 기원설’이 함께 제기됩니다. 특히, 대형 심해 생물(예: 대왕오징어, 미지의 고래 종)이 의사소통 또는 먹잇감 교란 목적으로 이러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반면, 해저 화산 활동에서 분출되는 기포와 수온 차에 의해 형성된 공명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비명 소리의 과학적 분석과 가설
과학자들은 이 소리를 고해상도 수중 마이크로폰(하이드로폰)으로 분석한 결과, 약 38Hz의 저주파가 시작을 알리고, 이어서 8kHz 이상까지 치솟는 고주파가 결합된 복합 파형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 발생 음향 중에서도 매우 드물며, 인간의 귀에는 날카롭고 불안한 ‘비명’처럼 들립니다. 2015년, NOAA(미국 해양대기청) 연구팀은 ‘웨스턴 마리아나 비명’이라 명명한 신호를 공개했는데, 이 소리는 3,570m 심도에서 기록되었고, 약 7초간 지속되었습니다. 주파수 스펙트럼 분석 결과, 일정한 주기성을 띠지 않으며, 강약이 부드럽게 변하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이는 인공적 소리보다 생물 발성 패턴에 더 가까운 형태입니다. 가설 중 하나는 심해 고래의 구애·경고음입니다. 일부 희귀 종은 초음파와 저주파를 동시에 사용해 멀리 있는 개체와 소통하며, 그 과정에서 ‘비명’과 유사한 음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설은 심해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압력 변화가 해저 암석 틈새의 공기를 방출하며 발생시키는 ‘공명 폭발음’입니다. 하지만 이 소리가 지금까지 알려진 자연 현상 중 어디에도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 해양 음향학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물 종 또는 전혀 새로운 물리적 현상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합니다.
앞으로의 연구와 미지의 해양 세계
마리아나 해구의 비명 소리를 밝히기 위해 국제 연구팀들은 장기 청음 장비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하이드로폰과 AI 기반 음향 분석 기술을 결합해, 소리의 주기, 방향, 발생 조건을 자동 기록·분석하는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수중 드론(ROV)과 무인 잠수정(AUV)을 이용한 실시간 관측이 확대되며, 소리 발생 직후 주변 환경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비명 소리와 연관된 생물이나 지질 활동을 직접 확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는 인류가 해양의 5%도 채 탐사하지 못한 채 남겨둔 미지의 영역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서 들려오는 기묘한 소리는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해양학·생물학·지질학이 교차하는 과학적 퍼즐입니다. 앞으로 이 소리의 정체가 규명되면, 심해 생태계의 구조와 해양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나 이 소리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심해 생물의 신호라면, 그 발견은 인류가 바다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의 ‘비명 소리’는 아직 해답이 없는 심해의 수수께끼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새로운 기술과 장비로 탐구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년 내에 더 구체적인 단서가 밝혀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 이 깊고 어두운 바다의 속삭임은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매혹적인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