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는 더 이상 북극의 빙하가 녹는 장면이나, 산불로 뒤덮인 숲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2025년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막 한복판인 Death Valley(데스밸리)에서 목격된 ‘Sailing Ice Pancakes’ 현상은 과학자들과 기후 전문가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이스 팬케이크(Ice Pancakes)’란 일반적으로 북극해나 북유럽 호수에서 볼 수 있는 원형 얼음 덩어리를 말하는데, 이런 현상이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고 더운 지역 중 하나인 데스밸리에서 관측된 것입니다.
이상기후가 만들어낸 얼음의 이동
2024년 겨울, 서부 미국은 극심한 기상이변에 휘말렸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전역에는 이례적인 한파와 집중 폭우가 잇달아 발생했고, 데스밸리 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12월에는 평소에는 마른 소금 평야로만 알려졌던 레이스트랙 플라야(Racetrack Playa)에 대규모 물 웅덩이가 형성되었고, 이후 기온 급강하로 인해 얇은 얼음층이 생겨났습니다. 이 얼음층은 밤사이 더욱 두꺼워졌고, 낮 동안의 태양열과 미세한 바람, 그리고 지형의 미묘한 경사에 의해 둥근 형태로 갈라진 뒤, 표면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습은 마치 ‘세일링 스톤(Sailing Stones)’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단단한 바위 대신 얇은 얼음 원반이 천천히 미끄러지며 흔적을 남기는 형태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Sailing Ice Pancakes”라 명명하고, 지구 기후의 급변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사막에서 극지형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데스밸리는 일반적으로 연중 고온 건조한 날씨로 유명합니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50도를 넘기기도 하며, 연평균 강수량은 60mm 미만으로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로 인한 제트기류 이동, 해양 수온 상승, 대기 불안정성 등의 영향으로 인해, 미국 서부는 계절 간 기온 차가 극단적으로 변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겨울, 서부 해안으로 북극 제트기류가 남하하면서 극지 수준의 한파가 유입되었고, 여기에 엘니뇨로 인한 습윤 기단이 겹쳐지며 사막에 눈과 얼음이 발생하는 특이 현상이 다수 관측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막 한복판에서 얼음이 형성되고, 그 얼음이 이동하는 ‘빙판 세일링’ 현상이 실제로 발생한 것입니다. 과거 데스밸리에서는 ‘움직이는 바위(Sailing Stones)’가 유명했지만, 이제는 ‘움직이는 얼음’까지 목격되며, 이 지역은 기후 변화가 얼마나 급격하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후 거울’로 불리고 있습니다.
진짜일까, 가짜일까? 과학계의 반응
인터넷과 SNS에서는 이 현상을 두고 “가짜뉴스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실제로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UC버클리 기후환경센터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레이스트랙 플라야 인근에서 얇은 얼음판이 일정 거리 이동한 사실이 공식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자료는 위성 사진과 현장 관측 자료, 온도 및 습도 로그 기록 등을 통해 입증되었으며, 2025년 1월 학술지 Earth & Planetary Science Letters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일회성일 수 있지만, 동시에 “극한 기후 패턴이 비전형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2023년에는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렸고, 2022년에는 그린란드에서 폭우가 쏟아졌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지는 지구의 기후는, 우리에게 기존 상식을 버리고 유연하게 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얼음 팬케이크 현상은 단지 시각적 이슈가 아니라, 향후 극지방 이외 지역에서의 **빙하 형성 가능성, 물 순환 구조 변화, 식생 변화** 등과 관련된 기후 시나리오 작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자연의 신호를 읽는 법
Death Valley는 이제 단순히 ‘가장 더운 곳’이 아닙니다. 그곳은 기후 변화가 만들어낸 상식 너머의 자연 실험실이 되었으며, ‘Sailing Ice Pancakes’는 그 첫 장면일지도 모릅니다. 사막 한복판에서 떠다니는 얼음은 놀라움 그 자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놓쳐온 수많은 환경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단순한 기이한 현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이상기후는 점점 더 자주, 더 낯선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우리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 세대의 삶이 달라질 것입니다. 자연은 이미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귀 기울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