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영국 런던의 화이트채플 지역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은, 1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바로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사건이다. 당시 다섯 명 이상의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되었으며, 범인은 과감하면서도 정교한 수법으로 경찰과 언론을 조롱했다. 2025년 현재,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DNA 분석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며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단서와 정체 규명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본 글에서는 잭 더 리퍼의 범죄 수법, 과거 수사 실패 이유, 그리고 2025년 현재 진행 중인 과학적 접근에 대해 살펴본다.
미제사건이 된 이유와 수사 실패
잭 더 리퍼 사건이 미제사건으로 남게 된 이유는 당대 수사 기법의 한계와 사회적 상황, 그리고 혼란스러운 여론의 영향 때문이다. 1888년 런던은 산업화로 인한 도시 과밀과 빈곤 문제가 극심했으며, 화이트채플은 특히 범죄율이 높고 관리가 어려운 지역이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빈민가의 성노동자였으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매우 낮았다. 경찰의 수사는 초기부터 혼란을 겪었고, 증거 확보와 사건 현장의 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수사기관은 범인의 서신으로 추정되는 편지들—예컨대 'Dear Boss' 편지—에 주목했으나, 그 신빙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지문 채취나 DNA 분석 같은 과학 수사는 전무했으며, 목격자 진술에만 의존해야 했다. 피해자의 상처 분석을 통해 외과적 지식이 있는 인물이라는 가설이 제기되었지만, 유력한 용의자는 수십 명에 이르렀고, 이 중 누구도 결정적인 증거로 기소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잭 더 리퍼 사건은 미디어의 관심 속에서 대중적 공포심을 키운 채 미제로 남게 되었다.
DNA 분석의 진전과 새로운 단서
2000년대 이후, DNA 분석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잭 더 리퍼 사건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카프에서 채취한 DNA 샘플이 한 용의자와 일치한다는 연구가 발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용의자는 폴란드계 이민자이자 정신병력이 있었던 '아론 코스민스키(Aaron Kosminski)'였다. 하지만 이 증거는 보존 과정의 문제, 교차 오염 가능성, 샘플의 신뢰도 부족 등으로 과학계의 비판을 받았고 공식적으로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2025년 현재, 새로운 DNA 감식 기술인 '초미세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과 AI 기반 범죄 데이터 패턴 분석이 실험 단계에서 현실 적용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런던 경찰과 국제 과학수사 협력팀은 보존된 유물들—예를 들면 의복 조각, 우편물, 범죄 현장 기록 등—에서 채취 가능한 DNA 및 생체 정보를 다시 정밀 분석 중이다. 또한 기존 용의자 리스트 100여 명을 대상으로 AI가 범행 패턴, 이동 경로, 심리 특성 등을 분석한 결과, 몇몇 고위층 인사와 의사 출신 용의자의 개연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모든 기술은 19세기 범죄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평가받고 있다.
정체 규명 가능성과 남은 과제
2025년 현재, 잭 더 리퍼 사건의 정체 규명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특히 유럽형사과학네트워크(ENFSI)와 영국 왕립범죄연구소의 공동 프로젝트는 이 사건에 특화된 '과거사 사건 재조사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수사관과 유전학자, 범죄심리학자들을 한 팀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사건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디지털화하고, 생물학적 시료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을 통해 재검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밝혀진 새로운 유전자 흔적은 일부 오래된 유품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특정 용의자의 후손과의 DNA 대조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첫째, 남아 있는 증거물의 보존 상태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이 훼손되었고, 대부분은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 둘째, 당대 기록의 허술함과 왜곡 가능성은 사건 재구성에 큰 제약이 된다. 셋째, 이 사건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미디어화되면서, 사실보다는 이야기로 소비되는 경향도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과학기술은 과거의 미제사건을 현실에서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 진화 중이며, 실제로 일부 연구팀은 향후 5년 안에 '범인의 이름'이 공식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0여 년간 전 세계를 매혹시킨 잭 더 리퍼 사건.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2025년의 과학과 협업은 이 전설적인 미제 사건을 마침내 해결의 문턱에 올려놓고 있다. 당신이 잭 더 리퍼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날까지, 과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