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남부 와디 무사(Wadi Musa) 지역의 붉은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페트라(Petra)는 인류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고대 도시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바위산 속에 숨겨진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은 붉은 사암 절벽을 깎아 만든 화려한 건축물로 여행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기원전 4세기경 나바테아 왕국의 수도로 번영했던 페트라는 고대 아라비아와 지중해, 아시아를 잇는 교역의 중심지였습니다. 향신료와 비단, 귀금속이 오가는 길목에 자리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뛰어난 수로 공학 기술로 사막의 혹독한 환경을 극복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교역로가 바뀌고 로마 제국과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도시의 영광은 점차 쇠퇴했습니다. 오랜 세월 잊힌 도시였지만, 19세기 유럽 탐험가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에 의해 재발견되면서 다시금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페트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며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습니다.
붉은 바위 속에 새겨진 웅장한 건축물
페트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하는 것은 협곡 시크(Siq)입니다. 길이 약 1.2km, 양쪽 절벽 높이가 80미터에 달하는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눈앞에 나타나는 장엄한 건축물이 바로 ‘알카즈네(Al-Khazneh, 보물창고)’입니다. 높이 40미터에 이르는 이 건축물은 헬레니즘 양식과 나바테아 건축이 융합된 대표작으로, 섬세한 기둥과 신화적 조각상이 절벽 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알카즈네의 화려한 외관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도 등장해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페트라는 알카즈네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고대 원형극장은 약 6,0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며, 오늘날에도 그 규모와 보존 상태에 놀라움을 줍니다. ‘아드 데이르(Ad-Deir, 수도원)’라 불리는 건축물은 알카즈네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며, 웅장한 파사드가 절벽을 가득 채웁니다. 이외에도 왕들의 무덤, 신전, 주거지 등 수백 개의 건축물이 바위산 속에 새겨져 있어, 페트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막의 교역 도시로서의 번영
페트라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고대 교역로의 중심지로서 역사적 가치를 지닙니다. 나바테아인들은 뛰어난 상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라비아 반도와 인도에서 온 향신료,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비단과 보석을 지중해 지역으로 연결했습니다. 페트라는 이들 교역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막대한 부를 누렸습니다. 특히 이들이 개발한 수로 시스템은 오늘날에도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암반을 뚫어 만든 수로와 저수조는 빗물을 효과적으로 모아 저장했으며, 덕분에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공학적 성과 덕분에 페트라는 수천 명이 살 수 있는 대도시로 번영했습니다. 그러나 서기 106년 로마 제국에 병합되면서 독립적인 영향력을 잃고, 교역로의 중심이 바뀌자 도시의 영광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페트라의 재발견과 현대의 의미
페트라는 수 세기 동안 외부 세계에서 잊혀졌지만, 1812년 스위스 탐험가 부르크하르트가 현지인으로 변장해 탐험하면서 서구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수많은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들이 이곳을 연구하며 나바테아 문명의 비밀을 밝혀내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면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페트라는 요르단 관광 산업의 핵심이자,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역사 탐험의 무대를 제공합니다.
2025년 현재 페트라 여행의 가치
2025년 현재 페트라는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여행지이지만, 동시에 보존과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수많은 발걸음이 닿는 협곡과 건축물은 점차 마모되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한 침식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요르단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가이드 동행 탐방을 의무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관광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단순히 유적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이 도시가 지닌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배우고, 보존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됩니다.
페트라 여행은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협곡을 따라 걸어 들어가 붉은 사암 절벽의 웅장함을 직접 체험하거나, 저녁 무렵 ‘페트라 바이 나이트(Petra by Night)’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 개의 촛불로 밝혀진 알카즈네를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밤하늘의 별빛과 촛불이 어우러진 풍경은 고대 도시의 신비로움을 한층 더해줍니다. 또한 현지 베두인인들의 음악과 환대는 여행자들에게 사막 문화의 따뜻한 매력을 전해줍니다.
페트라가 전하는 교훈
페트라는 단순한 고대 도시가 아니라, 인류가 자연의 제약을 극복하고 문명을 발전시킨 증거입니다. 동시에 화려했던 문명이 어떻게 쇠락하고 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여행자는 붉은 바위산 속에 새겨진 건축물 앞에서 인간의 위대함과 유한함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결론적으로 페트라는 요르단 사막이 품고 있는 가장 위대한 보물입니다. 바위산 속에 숨겨진 이 고대 도시를 탐험하는 여정은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교차로를 직접 경험하는 특별한 순간입니다. 2025년 현재, 만약 당신이 인생에서 단 한 번, 고대 문명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요르단의 페트라는 반드시 찾아야 할 궁극의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