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들려오는 전파, 신호, 진동 중 일부는 처음에는 “외계 지성체의 흔적”처럼 보였지만, 후속 관측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극히 자연적인 기원으로 밝혀진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비록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이 얼마나 정밀한 과정을 거쳐 판단을 내리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교훈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외계신호로 오해되었던 실제 자연현상 기반의 대표 사례 5가지를 정리합니다.
1. 퍼톤 신호 (Peryton) – 전자레인지의 역습
2007년~2015년 사이, 호주의 파크스 전파망원경은 수십 건의 미확인 전파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이 신호는 짧고 강력하며, FRB와 유사한 특성을 지녔기에 한때 “외계 문명 신호”로 지목되었습니다.
하지만 후속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관측소 근처의 연구원이 **전자레인지 문을 중간에 열었을 때 발생하는 누설 전파**가 바로 이 신호의 정체였던 것입니다.
해당 주파수 대역이 전자레인지와 우주 신호 모두에서 겹칠 수 있다는 점은 이후 전파 관측 장비 설계와 관리 기준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FRB 150418 – 은하 간 충돌로 착각된 블랙홀 방출
2015년 4월, 일본과 호주 공동 팀은 FRB 150418이라는 빠른 전파 폭발을 감지하고 즉시 광학 및 X선 망원경을 통해 후속 분석에 돌입했습니다.
연구진은 해당 FRB가 특정 은하에서 나온 후, 빛의 후광이 감지되었다며 “지성체 통신의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데이터를 통해 밝혀진 것은 활동성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강력한 방출이 이 신호의 근원이었다는 점입니다.
즉, 외계 문명의 증거가 아니라 자연적 극단 에너지 방출 현상이었습니다. 이는 FRB 탐사의 초기 과열된 해석이 어떻게 과학적으로 냉정하게 정리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3. SHGb02+14a – 1420MHz 외계주파수의 허상
1999년, SETI@home 프로젝트는 수소선 주파수(1420MHz)에서 짧고 반복적인 신호를 포착했고, 이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일부 연구자는 “이 주파수 대역은 외계 문명이 우리와 통신하려고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범위”라고 주장하며 ‘최초의 교신 단서’로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분석 결과, 이 신호는 위성 간 교신의 회절 반사 또는 지상의 Wi-Fi 송수신이 망원경의 수신 범위에 간섭한 결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례는 ‘과학적 열망’이 관측 데이터를 과도하게 해석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4. 윌리엄스 포인트 신호 – 지진파와 중복된 위상 간섭
2020년, 남극 인근의 윌리엄스 포인트 관측소에서 전파와 지진파 간 **이상 동조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일부 분석가는 “지구 외부에서 유입된 고주파 신호가 지구 내부 진동과 공명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외계 기원이 유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지질학적 분석을 통해 해당 주기의 핵심 파형이 지진의 초점 깊이 변화에 따른 신호 왜곡으로 밝혀졌고, 이는 “전파망원경의 위치 선정에 지질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5. '움직이는 별빛 간섭' – 망원경 자체의 떨림
2023년, 미국 아리조나의 전파천문대는 특정 관측 시간대에 별빛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한 위상 신호를 기록했습니다.
이 흔들림은 패턴을 갖고 반복되었고, 별의 스펙트럼에서도 약간의 주기성이 포착되어 일부에서는 “광학 통신 방식의 외계 신호일 수 있다”는 강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정밀 캘리브레이션 결과, 신호의 진동 주기가 망원경의 온도 변화에 따른 미세 진동 패턴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외계 신호가 아니라 지구의 도구가 만든 착시였던 것입니다.
결론: 외계신호가 아니어도, 과학은 멈추지 않는다
외계신호로 오해된 자연현상들은 실망이 아니라, 과학이 어떻게 질문을 던지고, 검증하며, 진실에 다가가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신호의 정체가 자연이라면, 그 자연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감탄할 일입니다. 진짜 외계 신호가 올 날도, 이러한 착오 속에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