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지구대가 갈라지는 북동쪽 끝, 지구상에서 가장 험하고 뜨거운 땅 중 하나로 알려진 에티오피아 다나킬 사막(Danakil Desert). 이 거대한 용암지대 한가운데 자리한 활화산 ‘에르타알레(Erta Ale)’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지구에서 가장 지옥 같은 장소’라 불립니다. 하지만 동시에, 활화산의 붉은 용암을 캠핑하며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장소로도 알려져 있죠. 2025년 현재, 극한의 환경을 감수하고서라도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밤'으로 이 캠핑을 꼽습니다.
지구의 틈에서 마주한 용암, 에르타알레
에르타알레는 해발 약 613m로, 높이는 낮지만 화산 활동이 매우 활발한 순상 화산입니다. 특징은 분화구 안에 존재하는 용암호(lava lake)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지속형 용암호’를 가진 화산 중 하나입니다. 지각판이 갈라지는 ‘열곡대(Rift Valley)’ 위에 형성되어 있어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위치이며, 화산 활동과 함께 지각이 이동하는 생생한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이곳은 24시간 동안 용암이 분출과 대류를 반복하며, 밤에는 더욱 뚜렷한 붉은 빛을 발산합니다. 일반 여행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지만, 에티오피아 북부 도시 메켈레(Mekele)나 세멜라(Semera)에서 출발하는 3~4일 일정의 투어를 통해 캠핑과 분화구 관측이 가능합니다. 트럭이나 사륜차로 거친 사막을 지나고, 마지막 수 시간은 화산 분화구까지 도보 트레킹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실제 캠핑 경험: 이보다 강렬할 수 없다
에르타알레 캠핑은 결코 편안한 여행이 아닙니다. 기온은 낮에는 40도 이상, 밤에도 30도를 웃돌며,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황 가스는 체력을 급격히 소모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 후 화산 분화구에 도달해 마주한 장면은 ‘지구가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해줍니다. 캠프는 화산 분화구 바로 아래 평평한 용암 지대에 설치됩니다. 고정된 텐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얇은 매트와 담요, 일부 투어는 간이 모기장 또는 작은 텐트 형태로 숙박이 진행됩니다. 식사는 로컬 가이드가 현장에서 조리하며, 주로 병물과 빵, 야채, 튀김 요리 등 간단한 메뉴로 구성됩니다. 화장실이나 샤워 시설은 없으며, 생수로 손과 얼굴을 닦는 정도로 위생을 유지해야 합니다. 트레킹은 보통 해가 지기 전에 시작되어, 밤 8~9시경에 분화구 가장자리에 도달하게 됩니다. 분화구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을 타고 황 가스 냄새와 열기가 강해지며, 가이드가 제공하는 마스크와 랜턴이 꼭 필요합니다. 수십 미터 아래에서 들려오는 용암의 끓는 소리,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는 광경, 그리고 입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는 이곳이 지구 위의 또 다른 행성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주의사항과 준비물 체크리스트
에르타알레 화산 캠핑을 준비할 때는 반드시 아래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 현지 가이드 필수: 다나킬 지역은 에티오피아 정부에서도 치안 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되며, 반드시 인증된 투어사를 통해 출입해야 합니다.
- 복장: 낮엔 통기성 좋은 긴팔 옷, 밤에는 보온 가능한 얇은 겉옷이 필요합니다. 모자, 버프, 고글, 손전등(헤드랜턴 포함)도 필수입니다.
- 신발: 사막과 용암지대를 모두 걷기 위해 두꺼운 밑창의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추천합니다.
- 마스크: 화산 가스를 막기 위해 최소 N95급 마스크를 준비하세요. 가스 농도에 따라 숨 쉬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 카메라 장비: 고온과 먼지에 강한 장비가 필요하며, 삼각대와 예비 배터리, 방진 커버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의약품: 탈수 방지용 전해질, 지사제, 모기약, 파스 등은 필수입니다.
또한, 극한의 환경에서 며칠을 보내야 하므로 정신적, 육체적 준비가 중요합니다. 본인의 체력 수준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고온 환경과 야외 수면에 익숙하지 않다면 처음 도전하기엔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에르타알레 화산 캠핑’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지구를 직접 만나는 경험’입니다. 불과 흙, 열기와 별빛이 공존하는 다나킬의 밤은 당신에게 물리적 도전뿐 아니라, 내면의 경외감과 감탄을 안겨줍니다. 여행지에서 셀카만 찍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땅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마그마를, 진짜 눈으로 마주하는 여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다나킬 사막. 그곳은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으며, 자연 그대로의 지구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입니다. 감히 말합니다. 당신이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에르타알레 분화구에서의 하룻밤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