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아름다운 설계와 신화적인 배경으로 오랫동안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왔습니다. 하지만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말 존재했는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입니다. 이 글에서는 바빌론 공중정원의 역사적 기록, 고고학적 증거, 그리고 실재 여부에 대한 주요 주장들을 살펴보며 이 미스터리를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고대 문헌 속 공중정원의 묘사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 기록 속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특히 기원전 1세기경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루스(Diodorus Siculus), 스트라본(Strabo) 등이 남긴 문헌에 따르면, 이 정원은 높은 테라스 위에 계단식으로 설계되어 있었고, 다양한 식물이 자라나면서 물이 위쪽에서 아래로 흐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기록에 따르면 바빌론 공중정원은 바빌로니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메데 왕국 출신의 왕비 아미티스를 위해 만든 것이라 전해지며, 그녀가 고향의 산을 그리워한다는 이유로 평지에 산을 조성하듯 정원을 조성했다는 낭만적인 전설도 존재합니다. 건축 구조는 석조 아치형 구조물 위에 흙을 쌓고, 나무와 꽃들을 식재했으며, 유프라테스 강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수차 시스템이 사용되었다는 설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설명은 ‘간접 기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본국에서 발견된 쐐기문자 점토판들 중에서는 공중정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리스-로마 문화권의 문헌을 그대로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학문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고학적 증거의 부족과 반론
가장 핵심적인 논쟁은 바로 "왜 지금까지 공중정원의 명확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는가"입니다. 바빌론은 오늘날 이라크 힐라(Hilla) 지역에 해당하며, 다양한 고고학적 발굴이 진행되어 왔지만 공중정원으로 확실히 추정되는 유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바빌론 유적지에서는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궁전과 사원, 신전 유적이 발견되었으나, ‘공중정원’이라는 명칭에 부합할만한 정원 구조나 물 운송 시스템, 계단식 구조물에 대한 확정적 유물은 없습니다. 이는 해당 구조가 실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옥스퍼드 대학교의 고대 근동사 전문가 스테파니 달리(Stephanie Dalley) 교수는 중요한 반론을 제시합니다. 그녀는 공중정원이 사실은 바빌론이 아닌 니네베(Nineveh)에 존재했으며, 기록상 착오로 인해 위치가 잘못 전해졌다고 주장합니다. 아시리아 왕 센나케립(Sennacherib)의 궁전 유적에서 발견된 수로와 물 휠 구조물은 디오도로스가 묘사한 정원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론에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결국 문제는 ‘기록과 유물의 불일치’에 있으며, 이는 공중정원이 허구이거나, 혹은 우리가 전혀 다른 장소에서 찾아야 한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게 합니다.
실존 여부를 둘러싼 학문적 입장 차이
바빌론 공중정원의 존재에 대한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공중정원은 실제로 존재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기후나 침식, 전쟁 등으로 인해 유적이 사라졌을 가능성, 아직 미발굴된 지역에 존재할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두 번째는 공중정원은 그리스-로마 세계의 상상력이 빚어낸 허구라는 주장입니다. 이는 고대 작가들이 타 문화에 대한 환상을 문학적 서사로 담았고, 바빌론이라는 이국적 공간을 이상화한 것일 뿐 실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고대 판 유토피아’ 개념으로 공중정원을 해석합니다. 세 번째는 앞서 언급된 스테파니 달리 교수처럼 공중정원은 실제 있었지만 바빌론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는 ‘위치 오기설’입니다. 실제로 니네베 궁전 지역에서 발견된 유적은 물 운반 기술, 식물 배치 구조, 석조 건축 등에서 공중정원의 묘사와 유사한 점이 많아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은 인류가 고대 문명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얼마나 제한된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기록은 남아 있으나 유적은 없고, 전설은 전해지지만 증거는 부족한 현실 속에서, 공중정원은 여전히 상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바빌론 공중정원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실재 여부에 대한 의문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온 불가사의입니다. 고대 문헌의 기록, 현대의 학술 논쟁, 고고학적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그 속에서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다다르게 됩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중정원은 실제 존재했던 위대한 유산일까요, 아니면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상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