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셸(Seychelles)은 인도양 서부에 위치한 천혜의 섬나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과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합니다. 그중에서도 ‘라디그 섬(La Digue)’은 세이셸 군도 중 네 번째로 큰 섬으로, 인구는 3천 명도 채 되지 않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천국 같은 휴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라디그 섬의 가장 큰 특징은 ‘차가 없는 섬’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이며, 이 자전거 문화 덕분에 섬 전체가 조용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자전거 하나로 섬 전체를 일주할 수 있는 ‘라디그 섬 자전거 일주 코스’를 소개합니다.
자전거 여행이 요즘 유행인데 라디그 섬 어떠세요? 아마 가보시면 정말 평생 한 번 오길 잘했다 생각 하실 듯
1. 출발지: 라파스 선착장 & 자전거 대여
라디그 섬은 프랄린 섬(Praslin)에서 페리로 약 15분, 마헤 섬(Mahé)에서는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라파스 선착장(La Passe Jetty)**입니다. 이곳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여럿 있으며, 대부분 일일 요금제로 운영됩니다. 가격은 보통 1일 기준 150~200 SCR(세이셸 루피) 정도이며, 원하는 경우 바구니, 아동용 좌석, 락 등이 포함된 옵션도 선택 가능합니다. 자전거를 대여한 후에는 지도를 간단히 확인하고, 섬의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이 루트는 도로 상태가 비교적 좋고, 주요 해변을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준비물로는 자외선 차단제, 충분한 물, 현금(소규모 상점에서 카드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음), 그리고 여분의 카메라 배터리를 챙기면 좋습니다.
2. 주요 포인트 ①: 안스스스다르 & 로드리고 농장
자전거를 타고 선착장을 출발해 남쪽으로 달리면 곧 만나게 되는 장소가 **안스 스스다르(Anse Severe)**입니다. 이 해변은 비교적 잔잔한 파도와 얕은 수심 덕분에 스노클링 초보자에게 적합하며, 바다거북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도 높은 곳입니다. 아침 시간에는 햇살이 부드럽게 퍼져 사진 촬영에도 최적입니다.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더 내려가면 ‘로드리고 농장(L’Union Estate Park)’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라디그 섬의 전통 코코넛 오일 공장, 거대한 바오밥 나무, 세이셸 고유종 거북이 보호구역, 옛 식민지 시대의 저택 등이 함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입장료는 115 SCR이며, 자전거를 끌고 입장 가능합니다. 이 지역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라디그 섬의 하이라이트인 ‘안스 수르 다르쥐(Anse Source d’Argent)’ 해변이 등장합니다. 이곳은 CNN,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으며, 분홍빛 바위와 하얀 모래,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지는 환상의 장면이 펼쳐집니다. 얕은 수심과 따뜻한 수온, 물속에 펼쳐진 산호군락 덕분에 스노클링을 즐기기에도 이상적입니다.
3. 주요 포인트 ②: 그랑안스~안스 마라롱 해변군
안스 수르 다르쥐를 지나 섬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비교적 덜 알려진 숨은 명소들이 이어집니다. **그랑안스(Grand Anse)**는 강한 파도와 탁 트인 풍경으로 유명한 야생미 넘치는 해변입니다. 이곳까지 가는 길은 약간의 오르막이 포함되어 있어 다소 힘들 수 있지만,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랑안스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쁘띠안스(Petite Anse)**와 **안스 마라롱(Anse Marron)**이라는 숨겨진 해변들이 등장합니다. 이 해변들은 도보로만 접근 가능하며, 특히 안스 마라롱은 로컬 가이드와 함께 가는 것이 추천됩니다. 깊은 정글 속 좁은 길을 따라 걷다가 마주하게 되는 이 해변은 고립된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구간은 섬에서 가장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보여주며, 스노클링보다는 바다 풍경 감상과 휴식에 적합합니다. 햇볕이 강한 오후에는 그늘이 부족하므로 모자나 얇은 긴팔 옷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라디그 섬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여유 있게 하루만 투자하면 주요 명소 대부분을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오르막이나 비포장 도로 구간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 평탄하고 조용한 도로가 이어져 있어 초보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그 순간순간마다 라디그 특유의 여유와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여행 방식은 매우 특별합니다. 자동차가 없고, 바다와 정글, 작은 마을이 공존하는 섬을 자전거로 탐험하는 경험은 도시 여행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줍니다. 라디그 섬은 당신이 ‘느린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될 장소입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절하는 시간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